책멍듣멍 7주차 독서 감상 후기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을 읽고

트위터 개발자 분들의 독서 모임 "책멍듣멍" 에 참여하여 7주차 독서 후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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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요새 서점을 가면 제가 둘러보는 곳 첫번째는 바로 자기계발 서적 코너입니다. 하지만 계속 자기 계발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제 생각을 전하는데 스스로도 뭔가 감정이 톤다운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였을까요. (노잼이라서? ㅠ)

그래서 이번에는 그림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사실 읽는 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거 같고) 놀았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당시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에 사진은 없지만 벽 한켠에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던 이 그림이 떠올랐고 마침 책에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책에 있는 해설을 읽으며 몰랐던 관점도 알게 되어서 블로그에 가벼운 마음으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스페인의 국민화가

스페인에 유명한 화가는 피카소, 고야 가 있는데 피카소도 지금 소개하는 이 그림을 50번 넘게 패러디하고 고야도 자기 그림에 거울이나 본인을 넣는 등 이들의 그림에 영향을 준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단연 스페인의 국민화가라 부를만 합니다.

마가리타 공주

화면 가운데에 빛을 환하게 받고 있는 어린 아이는 만 5살의 마가리타 공주입니다. 당시 왕인 펠리페 4세가 첫번째 결혼에서 후사를 보지 못하다가 첫번째 아내가 죽고 두번째 아내와 결혼하여 낳은 눈에 넣어도 모자르지 않은 애지중지 아마 왕실의 사랑을 독차지했겠죠.

귀여운 공주 같은데 사실 산통을 좀 깨자면 공주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되고 그걸 보면 점점 성장할 수록 아래턱이 돌출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패권을 휘어잡으며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해 이야기가 조금 필요한데요. 이 가문은 혈통을 지키기 위해 지들이 짱이라면서 근친혼 이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세대를 거듭할 수록 턱이 돌출되고 그로 인한 유전병이 나타나는데요.

심지어 마가리타 공주가 어떻게 태어났냐면, 펠리페 4세가 두번째 결혼을 하는데, 그 상대자가 오스트리아 왕과 결혼한 펠리페 4세의 여동생의 딸, 즉 외삼촌과 조카의 결혼으로 마가리타 공주가 태어난 것이니.. 흠흠..

난쟁이

왼쪽 캔버스 방향에 서 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 자신을 제외하고 두 눈을 유일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시녀 난쟁이가 보이는데요. 벨라스케스는 24세부터 쭉 궁정화가로 일하면서 로열 패밀리나 높으신 귀족들의 그림을 그리느라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은 상대적으로 그릴 여유가 없었을 거 같은데, 그 여유를 낼 때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 하나가 약한 사람들, 왕실의 난쟁이 들을 그렸습니다.

왕가에서는 공주나 왕자 등을 시종들게 하는 난쟁이들을 두었는데 왕가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못생기고 왜소증 같은 흠결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들였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난쟁이 그림 중 대표적인 이 그림 (Portrait of Sebastián de Morra) 을 보면, 난쟁이 이지만 눈을 강하게 뜨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이런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어떤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 그림에서도 앞에 시녀들을 부각시킨 것도 (혹은 왕과 왕비를 거울에 흐릿하게 그린 걸 봐서는) 어쩌면 묘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거울에 비치는 왕과 왕비

관람객의 위치에 왕과 왕비가 서 있다라는 것을 거울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화가 본인이 캔버스에 그리고 있는것은 대체 무엇인가? 가 의견이 분분합니다. 1번 왕과 왕비를 그린다. 2번 왕녀 마가리타를 그리고 있다. 3번 화가 자신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껴들어와서 방해하고 있다.

하나의 그림 안에 시간과 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그림인 이유입니다.

화가 본인을 넣은 이유?

궁정 화가인 본인을 로열 패밀리와 함께 그려 넣음으로써 화가 본인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함일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 이 그림을 그린 후 2년 뒤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기사 휘장을 그림에 그려 넣었을 정도라 하니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알라 프리마

강아지나 시녀의 머리카락 등을 묘사한 부분을 가까이서 보면 뭔가 대충(?) 그린 듯한 물감 자국에 뭉개져 보이는데 멀리 서 보면 생생하고 정교하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러한 속도감 있는 붓터치, 단번에 그리는 그림 화풍을 알라 프리마 기법이라고 부르는데, 벨라스케스 본인도 처음에는 해당 그림 스타일이 아니였습니다.

29살 때 루벤스를 만나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정교하게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카라바조 st 이였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유학 후 색채와 빛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빠른 붓터치 스타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최근 국립 중앙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가서 찍어온 카라바조 -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궁정화가로서 왕실의 높은 사람들 그려주느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시간을 내기 어렵고, 유화로 정교하게 그리려면 몇 겹의 칠을 하는데 물감이 마르는 걸 기다렸다가 그리길 반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몇개월) 어떻게 빨리 그리면서 정교하게 보일까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공주 인줄 알았는데, 제목처럼 시녀들인지 아니면 화가 본인인지 그림 자체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론 & 후기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떤 일본인의 "무서운 그림" 이라는 책 (2008년) 을 서점에서 보다가 그림 안에서도 이렇게 세세한 뒷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 시작이였습니다.

현재 미술 관련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이라는 책을 쉬엄쉬엄 보다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이 책에 나와서 그 때의 기억과 책의 설명을 읽어보며 다시 추억에 빠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미술은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좋아하는 역사랑 연관지으면 재미가 또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또 다른 미술관에 가보는 날을 꿈꿔보면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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