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멍듣멍 2주차 독서 감상 후기 - "후안흑심(厚顔黑心)" 을 읽고 (1)

트위터 개발자 분들의 독서 모임 "책멍듣멍" 에 참여하여 2주차 독서 후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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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오르는 세 사람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세 인물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로는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삼국지)에 위나라의 왕위를 이어받도록 서진의 기틀을 세운 사마의 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사마의는 조씨의 위나라를 전복시키고자 비밀리에 사병을 키우면서도 침대에 수년간 누워 곧 다 죽어가는 코스프레로 라이벌 (조상: 조씨 일가) 을 안심시킨 뒤, 라이벌이 성 밖으로 사냥을 나갔을 때 왕궁을 장악하고 (고평릉 사변) 반대파를 숙청했던 무시무시한 사람입니다.

두번째로는 조선말 개혁 개방에 대한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흥선대원군 입니다.

당시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로 나라가 외척에 의해 권세가 왔다 갔다 하면서 흥선 대원군 이하응 이라는 사람이 선택한 처세술은 스스로 어리석음을 가장하는 파락호 행세를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를 통해 목숨을 부지한 것은 물론이고 철종이 후사 없이 죽자 자신의 아들 고종을 왕으로 세우고 자신은 대원군 (보통 대원군의 작위는 왕의 아버지가 사후일 때 붙이는 작위인데 흥선대원군은 생전에 대원군이 되었다는 것이 최초 : 살아있는 대원군) 이 되어 조선 후기의 정치를 쥐락펴락 했던 인물입니다.

세번째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나오는 그 유명한 타노스가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종족의 번성을 위해 인류의 절반을 날려 버리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하는 타노스입니다. 생각에 따라 논란이 될지 모르겠지만 타노스가 무조건 악당 이라는 명제에서 영화 평론가나 개개인들이 일부 다른 시각을 내놓기도 했던 여운이 가시지 않던 영화였습니다.

I am inevitable.

후안(厚顔), 낯 두꺼움은 방패이다.

동양 사람들은 남들이 저를 좋게 봐주길 바라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우의를 도모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반면 서구의 생각은 배짱을 가지고 남들의 비난과 악평에 신경 쓰지 말자는 생각과 비교해 볼 때 두번째가 "낯 두꺼움" 과 비슷한 개념이라 합니다.

보통 어떤 목표를 이루려 할 때, 늘 자신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이뤄내고 싶은 게 맞는지, 내가 그런 성취의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시작도 하기전에 자기 의심을 품거나 - 뭔가를 하기 전에 자신의 힘을 더 길러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나서야 꿈을 이룰 자격이 생길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낯 두꺼운 사람은 이러한 자격지심을 밀쳐 버리는 능력이 있고 능력이나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따위의 의문을 갖지 않는다 합니다.

"낯 두꺼움" 이란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흑심(黑心), 시커먼 마음은 창이다.

"시커먼 마음" 은 남들에게 미칠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문장을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예시입니다.

  • 현대의학 전의 외과의사들 : 환자가 비명을 지르건 말건 재빠르고 확실하게 째고 베기, 눈앞의 환자가 겪는 고통에 철저히 냉정하고 무관심해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 전쟁터의 장군 : 부하들에게 목숨을 버리도록 명령하지 못하는 인간애가 풍부한 장군은 아무 쓸모가 없다. "시커먼 마음" 을 소유한 장군이라면 전쟁의 비참함은 안중에 없고 바라는 결과, 즉 승리 하나만을 생각한다.

  •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경영하는 경영자 : 결단을 주저하거나 몇몇 직원에 대한 연민으로 망설인다면 회사 전체가 무너진다. 전 직원은 일자리를 잃어 버린다.

언제나 싱글벙글이는 No

언제나 싱글벙글 웃기만 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려는 열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웃음이란 대개 겉모양일 뿐인데, 그런 사람들은 겉모양에 너무 힘을 쏟느라 내면은 공허하고 부실합니다.

후흑의 핵심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면서, 남들의 비판이나 조소, 험담에 흔들리지 않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합니다.

후흑의 준비, 고정관념을 없애는 열한가지 원칙

아래 내용은 열한가지 원칙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요약해 보았습니다.

1. 내적 이미지와 외적 표준을 깨트려라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자기중심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남의 눈에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씁니다. 그 보상이라고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된 사람" 이라는 자기만족 뿐인데요.

우리는 종종 자신에 대한 관심을 남들에 대한 관심으로 위장하고, 자신의 길을 갈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남들의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2. 내면의 확신을 모색해라

위험에 맞설 의무 앞에서 달아난다면 그것은 비겁함이다. - 마하트마 간디

누가 한쪽 뺨을 때리거든, 다른 쪽 뺨을 돌려 대라 라는 식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런 대응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 잠자코 맞거나, 한대 맞으면 두 대를 후려쳐서 다시는 뺨을 맞지 않게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되받아치고 싶은 충동과 분노를 "그러면 못쓴다" 의 교육의 결과로 억누른 것이라면 남들이 강제한 기준으로 자신의 손말을 묶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미덕을 빙자해 자신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3. 떡갈나무처럼 굳세게, 풀처럼 부드럽게

중국의 고전 병법서 36계 에 나오는 27번째 계책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돼지 흉내를 낸다" 입니다. 이 말을 잘 생각해보면 이 병법에 맞는 영웅은 호랑이를 사냥하고 때려잡을 수 있는 용맹함이 아닙니다. 돼지 노릇을 견딜 수 있는 참을성의 소유자 입니다.

4. 너 자신을 알라

후흑은 부도덕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남의 입장에 민감한 천성의 소유자가 이기적인 행동을 하려면 얼마나 버거운가를 지적하는 것 뿐입니다.

남들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목표를 실현하는 데 전념하려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5. 성공의 두려움도, 실패의 두려움도 벗어버려라

바라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생활을 포기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마다 친숙한 환경을 버리고 불확실함과 낯설음에 마주쳐야 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성공하기 위해 자기 딴에는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일상을 반복할 뿐입니다.

6. 환상과 실제의 본질을 이해하라

실제 세상의 모습을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 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는 시도 (안경 도수 고치기)가 필요합니다. 교통 체증에 차안에서 신경질을 내봤자 자기 기분만 나빠질 뿐, 교통 체증에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7. 미덕과 허영의 차이를 파악하라

미덕을 잘못 이해했을 때 그것은 단지 허영일 뿐이며, 자신이 얼마나 "유덕한가" 를 과시하며 남들보다 나아 보이려는 시도로 이어집니다. 잘못된 미덕은 종종 비인간성을 동반하기에, 미덕이 비인도적 행위의 효과적인 무기로 돌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8. 두려움을 극복하라

삶에서 언제 어떻게 두려움이 나타나는지 파악하는게 아주 중요하며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담대히 맞서 극복할 수록 더 큰 용기의 소유자가 됩니다.

9. 공포를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 그 이상의 길

일례로 정치인들의 연설에서 고통은 줄이고 쾌락을 늘린다는 약속에 홀딱 넘어가고는 합니다.(나치 히틀러,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 역사는 맹목적인 쾌락 추구 / 고통 회피가 인류에게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보여 줍니다.

10. 자기 자신을 믿는 용기

보이지 않는 관습과 문화의 사슬은 쇠사슬보다 더 세개 개인을 옥죌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이유 없이 기존의 관습 (20세기 초 중국의 전족) 을 깨트린다면 사는게 힘들어 질텐데 후흑의 실천자들은 그런 속박에서 벗어나며, 자기 신념에 따라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합니다.

11. 후흑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원칙이다

우리는 종종 뭔가를 나쁜 것, 잘못된 것이라고 분류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물의 전체적인 구도 안에서 그것의 필요성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예로 어떤 산에서 대규모의 산불이 났다는 것을 책에서 가정했습니다.

  • 과학자들은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주기적인 산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 불에 타는 나무들의 필요성 이상은 보지 못하고 동물애호가 들은 산불에 희생된 동물들 때문에 비탄에 빠집니다.

  • 그 산불이야말로 동물의 새로운 세대가 번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에도.

  • 이런저런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큰 계획을 거침없이 진행할 수 있는 후흑의 소유자라면? (a.k.a 타노스)

느낀 점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위에서 언급했던 인물들이 떠올랐습니다. 후흑학 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잘은 모르지만 뭔가 음험하고, 부정적인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대 사회에 맞게 이러한 후흑을 자기발전, 성찰을 위한 방법이나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부분에서 스스로 느꼈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점이였습니다.

  • 남의 눈치나 비난에 민감한 새가슴으로는 한방에 훅 간다.

  • 낯이 두꺼워야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맷집을 단련할 수 있다.

  • 000 는 이래야 돼~ 라는 어떤 사회적인 규범 자체가 개인의 생각을 가두는 쇠창살이 아닐까.

  • 세상에 대처하는 법은 꼭 한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초연함과 당당한 어쩌라고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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